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 김미루(28)는 폐허 속 자신의 모습을 렌즈에 담는다. 뉴욕과 캐나다, 런던, 파리 등지의 용도 폐기된 지하철 터널이나 지하묘지, 공장, 교량, 병원, 조선소를 찾아가 셔터를 누른다. 오싹한 공포,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배경들이다.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는 자신의 몸도 화면에서 빠지지 않는다. 작가는 장소를 선택한 뒤 카메라 앵글을 조정하며 타이머를 작동시킨다. 때로는 친구에게 셔터만 눌러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작업은 직감적이다. 콘셉트를 정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이다. 김미루는 도올(檮杌) 김용옥(61) 교수의 막내딸이다. 뉴욕 컬럼비아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플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의대로 진학하려다 도시와 예술에 심취,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자기 누드..